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입과 귀 역할을 할 인재를 키워내는 한국의 통·번역대학원이 진화하고 있다. 국제회의 통역과 통상 문서 번역뿐 아니라 문학·성경 번역 등 전문화와 차별화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한국외대부터 변한다=통·번역대학원은 1979년 한국외대에 처음 만들어졌다. 이후 이화여대·한동대·선문대·부산외대에도 생겼다. 국제화로 통·번역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입학 경쟁률도 최고 10대 1이 넘는다.
한국외대는 30여 년간 2800여 명의 전문 통·번역사를 배출했다. 한·영, 한·불처럼 2개 국어 동시통역 8개 과정과 한·영·불, 한·영·독 등 3개 국어 동시통역 7개 과정이 있다. 한·영 석사과정생 안은경(23)씨는 “미국에서 9년을 살았어도 통·번역은 경제·사회·IT·정치 등을 다 알아야 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할 게 많다”고 말했다. 신정환 교수는 “전문 통역사는 국가 경쟁력과 외교력을 높이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최근 법정 통역 연구에 힘쓰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과 결혼하는 외국인 여성이 늘면서 재판이나 검·경 수사에서 통역 수요가 급증했지만 전문 통역사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에는 경기경찰청과 이주 외국인 통역 지원 협정도 맺었다. 안인경 원장은 “법정 통역은 회의 통역과 달리 피고의 상황 설명이 문법에 틀려도 틀린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며 “법원·검찰과 법정 용어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다음달 미국·호주·벨기에의 법정 통역 전문가를 초청해 국제 학술대회를 열고 법정 통역 관련 수업을 개설할 예정이다.
◇차별화·전문화 경쟁=다른 대학들도 특성화로 경쟁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번역학과와 통역학과를 나눠 번역학을 기술적으로 배울 수 있게 했다. 원하는 학생들은 직접 단편소설을 골라 번역하고 해외 소개에 필요한 작가와 작품 소개문도 작성한다. 일본 교포로 게이오대 상학부를 졸업하고 회사원으로 일하다 공부를 시작한 오영아(35)씨도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을 선택했다. 오씨는 이혜경 작가의『틈새』를 번역해 지난해 한국문학번역 신인상을 받았다. 오씨는 “언어가 완벽해도 문화를 알아야 번역을 제대로 할 수 있어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포항 한동대는 성경 번역으로 차별화했다. 한영통번역학과 안에 성경 용어 번역, 기독 번역이 포함돼 있고 응용번역학과에서도 성경번역학을 가르친다. 최은아 교수는 “신앙과 선교를 위한 커리큘럼을 마련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2003년 문을 연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는 통·번역 전공을 IT, 문화예술, 국제정치경제 분야로 세분화해 교육시킨다. 중앙대는 국제학을 접목해 국제대학원 안에 통역번역학과를 운영한다.
대구 계명대와 충남 선문대는 지방의 어학 수요를 해결하고 있다. 계명대 전현주 교수는 “대구·울산·포항·경주 지역 기업체와 지역 기관의 통역과 번역 물량을 소화한다”고 말했다. 부산외대는 지역 특징에 따라 항만·영상·전시 행사 통역을 많이 맡는다.
|
|
